2014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(S&P)는 전세계 116개국 중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했다. 이제 막 개발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있는 베트남은 매년 기후변화로 국내 총생산의 5%에 해당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. 이러한 사실은 온실가스 배출 책임국 중 하나인 한국민으로서 베트남을 지원해야하는 명분으로 충분했다. 이렇게 시작된 첫 베트남 지원사업. 지원대상 현장은 Na Nheo라는 전기미공급 학교였다. 학교는 도보로 3~4시간 걸리는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는데, 산꼭대기 학교로 올라가는 길은 비포장의 좁은 도로여서 기자재와 설비를 옮기기 위해서만 꼬박 이틀이 소요됐다. 유일한 운송수단은 오토바이로 가는데만 1시간 30분이 걸리는 산꼭대기를 수십 번도 더 왕복해야 했다. 또한, 중도에 오토바이로도 오를 수 없는 낭떠러지가 있는 길에서는 총 1.3톤에 달하는 여러 기자재와 설비를 일일이 나누어 등에 싣고 나르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. 급기야 이에 소식을 접한 라오까이 마을 내 지역 주민들은 이튿날부터 자발적으로 학교를 방문하여 설치 작업에 힘을 보탰으며, 지원팀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학교에서 숙식을 이어가면서 씻지도 못한 채 3일에 걸쳐 풍력태양광병합형 발전기 설치를 완료했다. 발전기 설치 완료된 후, 학교 내 6개 전등에 불이 켜지자 학교 현장에 모여 있던 마을 주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. 이를 지켜본 라오까이 지역 내 70내 한 노인은 “내 손주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제는 저녁에도 밝은 불빛 아래서 공부하고 놀 수 있다니 너무 마음이 놓인다.”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. 시설이 너무 열악해서 단지 몇일간 머문 우리에게도 너무 힘들게만 느껴졌던 이 학교 생활을 이 지역 아이들은 깡마른 두다리로 씩씩하게 오가며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. 그리고 해가 지면 금새 어두워져 학교에서 내려가지 못하는 날에는 학교에서 그대로 잠을 자기도 하면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었다. 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준 선물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? 베트남어가 유창하게 통한다면 일일이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났다. 이 지구상 어디서든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해 꼭 지켜줘야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이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꿈일 게다. 우리의 베트남 지원사업이 기후변화 취약국가에 대한 생태적 빚을 완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바로 이런 보석같은 목표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눈물을 글썽이던 노인의 목소리와 함께 한 동안 우리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. |